코로나19로 많은 분들이 즐기실 수 있는 행사가 취소된 가운데,
올해 열릴 국제 영화제들도 현장 상영을 취소하게됐다는 아쉬운 소식이 있었죠.
하지만 전주국제영화제가 온라인 상영을 결정해 현재 OTT 플랫폼 웨이브에서 전주국제영화제 온라인 상영작은 물론 어제 발표된 수상작까지 모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어제 공개된 따끈따끈한 수상작 중 5개 부문의 대표 수상작들을 소개해드릴게요.
1. 국제경쟁
(대상) 습한 계절
감독_가오 밍 / China / 2020 개봉 / 107분 / 장편 Fiction / 15세 관람
이 영화의 시기적 배경은 중국 남부에서 ‘후이난티엔(回南天)’이라고 부르는 때이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이 시기에는 특히 습도가 90% 이상으로 올라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준다고 한다. 네 남녀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보여주는 이 영화에서 습기는 또 다른 주인공이다. 동과 유안, 그리고 주안과 롱의 관계 또한 동과 주안의 그것만큼이나 공허하고 원활하지 않은데, 대기를 메우고 있는 습기는 이들의 불통을 상징하는 듯하기도 하고 인물들 모두가 거대한 수조 안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작품상) 천 명 중의 단 한 사람
감독_클라리사 나바스 / Argentina, Germany / 2020 개봉 / 120분 장편 Fiction / 15세 관람가
<천 명 중의 단 한 사람>은 아르헨티나 영화에 주로 등장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나 광활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아닌 북부 코리엔테스 지방, 라스밀(Las Mil)이라는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우정, 사랑, 힘의 관계를 보여준다. 감독은 영화 배경이 되는 지역의 역사나 정치적 상황을 전면에 드러내거나 일절 설명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재를 통해 실제 부재했던 힘을 묘사하는 방식으로, 영화 속에 어떤 공적인 힘도 등장하지 않게 함으로써 실제 정치권력이 수년간 주민들을 방치한 결과를 약물과 빈곤을 통해 드러낸다.감독은 혐오와 공격이 일어나는 격변의 우주에서도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표한다.
2. 한국경쟁
(대상) 갈매기
감독_김미조 / Korea / 2020 개봉, 75분 / 장편 Fiction / 15세 관람가
재개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서울 한 시장의 상인 오복은 큰딸의 상견례 날 봉변을 당한다. 기분 좋은 김에 술을 마신 그녀를 동료 상인이자 재개발 대책위원장인 기택이 성폭행한 것. 오복은 아무 일 없었던 듯 살아가려 하지만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가누기 어렵다. 그녀가 고소를 하자마자 기택은 증거가 어디 있냐고 행패를 부리고, 친구인 줄만 알았던 동료 상인들도 행여 보상을 받는 데 문제가 생길까 기택을 감싸고 돈다. <갈매기>는 거대 담론에 짓눌려 있던 중년 여성이라는 변방의 존재가 외로운 싸움을 통해 권리를 찾고 존엄을 지키는 과정을 그려낸다. 세상의 편견을 물리치고 뒤늦게 자신만이라도 자신의 편이 되기로 한 오복이 거듭 ‘각성’해 가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그동안 조·단역으로만 낯이 익었던 배우 정애화의 연기 또한 감동에 힘을 더한다.
(대상)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
감독_신동민 / Korea / 2020 개봉, 74분 / 장편 Fiction / 전체관람가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는 어느 가족의 삶을 보여주는 영화다. 그렇다고 드라마틱한 가족사가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영화 속 가족에게 일어나는 가장 큰 사건은 아버지가 젊은 여자와 결혼하려 한다는 것 정도다. 이 ‘사건’을 중심으로 상심한 엄마가 아들 동민에게 하소연을 하고, 아버지와 재회한 엄마가 홧김에 과음을 하는 등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가족의 증거’들이다. 엄마나 동민이나 짝짝이 양말을 신고 있다거나 엄마의 머리에 꽃을 꽂아 주는 아버지와 동민의 모습이 겹친다거나 하는 장면은 가족이라는 관계의 징글징글한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이 영화의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캐스팅이다. 영화는 세 장으로 구성되는데, 두 번째 장에서 엄마는 전문 배우 노윤정이 연기하지만 첫째와 세 번째 장에서는 감독의 실제 엄마가 직접 연기를 한다.
3. 한국단편경쟁
(대상) 우주의 끝
감독_한병아 / Korea / 2020 개봉, 10분 / 단편 Animation / 전체관람가
<우주의 끝>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여성의 귀갓길을 따라간다. 자신의 말을 실천하듯 주인공은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는데, 길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삶에 대한 여러 대답들을 제시한다. 단순한 구성이지만 행간에 품고 있는 메시지는 넉넉하다. ‘죽음은 무엇인가’는 곧 ‘삶은 무엇인가’로 이어지고, 결국엔 ‘지금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통해 넌지시 말을 건넨다. 파스텔 톤의 포근하고 소박한 그림체는 귀갓길에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들, 그리고 시답잖은 대화들과 맞물려 흐뭇한 웃음을 자아낸다. 자칫 무겁거나 추상적으로 흘러갈 수 있는 이야기는 곳곳에 포진한 세련된 유머 덕분에 일상의 공감으로 퍼져 나간다.
4. 월드시네마 극영화
(넷팩상) 양치기 여성과 일곱 노래
감독_푸시펜드라 싱 / India / 2020 개봉, 99분 / 장편 Fiction / 12세 관람가
아름다운 여성 라일라는 가부장제 사회의 전통에 따라 탄비르라는 남성의 아내가 돼 카슈미르 지방으로 이주한다. 정치적 분쟁 탓에 경찰과 군인의 엄격한 통제가 이뤄지는 이곳에서 그녀의 등장은 큰 관심을 모으고, 한 경찰 간부는 그녀를 성적으로 정복하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14세기 카슈미르 시인 랄레슈와리의 시를 바탕으로 하는 이 영화는 주관이 뚜렷하고 현명한 라일라가 자신과 가족에게 닥친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라일라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페미니스트에 다름 아니다. 히말라야 산악 지대의 아름다운 풍광과 결혼, 이주, 유혹 같은 주제를 담은 일곱 개의 전통 민요 또한 아름다움을 더한다.
5. 코리안시네마
(다큐멘터리상) 보드랍게
감독_박문칠 / Korea / 2020 개봉, 73분 / 장편 Documentary / 15세 관람가
한 사람의 삶이란 얼마나 복잡하고 모순적인가. 다큐멘터리 <보드랍게>가 조명하는 인물 김순악의 인생도 그러하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비참한 삶을 살았던 김순악은 해방 이후 생존의 궁지에 몰려 유곽에서 생활하기도 했고, 미군 기지촌에서 ‘색시 장사’도 했으며, 미군에서 나온 물건을 팔러 다니기도 했다. 전주국제영화제와 깊은 인연을 가진 박문칠 감독은 한 인물을 성스럽게 포장하거나 박제화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의 삶을 생생하게 기록해 우리에게 보여준다. 경북 사투리로 김순악의 증언을 낭독한다거나 애니메이션, 아카이브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등 연출의 세공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wavve] 영화의 파도를 타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마 기간! 비 오는 날 생각 나는 영화 (0) | 2020.06.16 |
---|---|
뜨거운 '여름'이 다가온다! 정열적인 '청춘'을 담은 영화 (0) | 2020.06.04 |
최고기온 30도 육박! 애니메이션으로 떠나는 바다 여행 (0) | 2020.06.04 |
전주국제영화제, 온라인 상영으로 즐기자! (0) | 2020.05.28 |
이번 연휴 뭐보지? 부담없는 영화 몰아보기 추천! (0) | 2020.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