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문화산책] 국경은 마음의 장벽, 한 번 넘어보자
추운 날씨에도 국경을 지키는 일은 소홀히 할 수 없죠?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분단국가, 지구 상 유일한 분단국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국경에 대한 감각은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아래로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위로는 철책이 우리를 가로막고 있어 국경은 절대로 넘을 수 없는 선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 국경을 넘어보았다면, 그 낯선 느낌에 기분이 묘해집니다. 차나 기차를 타고 너무나 간단하게 국경을 넘을 수 있고, 이렇다 할 대단한 검문소가 있지도 않죠. 물론 예외도 있지만요.
오늘 ‘방구석 문화산책’에서는 '국경'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을 준비했습니다.
책 PICK! <선은 장벽이 되고>
“여기서 국경을 지키는 우리들 삶이 어떤지 이제 잘 아시겠지요?”
내가 되받았다. 우리는 계속 걸었고, 얼마 후 그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절망뿐이에요.”
멕시코계 미국인인 저자는 국경 지역에 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고, 실제로 경험을 하기 위해 국경 순찰대 대원이 되기로 합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애리조나와 뉴멕시코, 텍사스 사막 등지에서 국경 순찰대 대원으로 근무한 저자의 ‘일인칭 수기(手記)’가 바로 <선은 장벽이 되고>입니다.
그는 국경 순찰대로 일하며 국경을 넘으려는 수많은 사람들을 색출해내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극단적인 폭력과 끔찍한 살인 등 국경의 비참한 현실을 체험하게 됩니다.
아무리 국경을 막아도 죽음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으려는 이들은 실제로 죽거나 다시 멕시코로 송환됩니다.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두 번, 세 번… 또다시 죽음의 시도를 강행하죠. 이를 눈앞에서 목격한 저자는 악몽에 시달립니다.
죽은 사람들을 끌어 오고, 산 사람들을 구금하는 잔혹함과 무관용 속에서 그는 회의를 느끼며 국경 순찰대 대원을 그만두게 되는데요, 그 후 그는 국경 근처 카페의 바리스타로 일하며 글쓰기에 매달립니다.
그런 그에게 불법 체류자인 직장 동료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임종을 앞둔 어머니를 방문하기 위해 멕시코로 가서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되는데요, 미국에 남겨둔 가족을 평생 만나지 못하게 될 친구의 운명. 불법 밀입국을 단속했던 저자는 어떻게 그를 대할까요?
국경의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낸 책, <선은 장벽이 되고>입니다.
영화 PICK! <굿바이 레닌>
가슴 아픈 분단의 역사를 지닌 국가가 또 하나 있죠, 바로 독일입니다. 독일의 베를린 장벽은 1961년, 세계 2차 대전 이후 냉전 체제가 시작되면서 세워졌죠. 당시 동독 주민들은 장벽을 뛰어넘다가 경비병에게 발각되어 죽음을 맞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결국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 베를린 장벽이 1989년 철거되기는 했지만, 당시 동독과 서독의 분열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아픈 상처로 남았을 겁니다.
휴먼드라마 <굿바이 레닌>은 이러한 시기를 배경으로 합니다. 주인공 알렉스의 어머니 크리스티아네는 열혈 공산당원인데요, 베를린 장벽 제거를 주장하는 시위대에 아들이 끌려가는 모습을 보고 충격에 쓰러집니다. 8개월 후 깨어난 크리스티아네는 심장이 약해져 작은 충격이라도 받으면 안 되는 상태였죠. 알렉스는 어머니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어머니가 쓰러진 사이 독일이 통일되었다는 사실을 숨깁니다. 사랑하는 어머니를 위해 '동독'의 모습을 꾸며내는 아들의 거짓말은 점점 불어나는데... 결국 이 거짓말의 끝은 어떻게 될까요?
같은 나라 내에서 동서로 나뉘어 국경 아닌 국경에 고통받는 모습이 우리나라와 무척 닮았습니다. 직접 국경을 지키며 죽음을 마주하는 이들이야 더 괴롭겠지만, <굿바이 레닌>은 일반 시민들 역시 분단의 아픔을 겪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명장면으로 손꼽히는 레닌 동상 철거 장면은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주죠. 우리나라도 장벽이 무너지는 날이 올까요?
드라마 PICK! <더킹 투하츠>
국경과 관련해 무거운 작품만 있을 리 없죠, 국경을 뛰어넘은 사랑으로 희망적인 미래를 그린 드라마 <더킹 투하츠>가 있습니다.
<더킹 투하츠>는 북한 특수부대 장교 김항아와 남한의 천방지축 왕자 이재하의 사랑을 그린 로맨스 드라마죠. 하지만 분단의 아픔을 딛고 일어나는 내용인 만큼 정치적인 내용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미국을 비롯해 강대국의 압력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남한과 북한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죠. 공멸을 부르는 전쟁의 문턱에서, 김항아와 이재하는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으로 평화를 이뤄냅니다.
김항아와 이재하의 로맨스, 남북관계 정치물의 긴장감으로 잘 짜인 이 드라마에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 바로 조정석 배우가 맡은 은시경 캐릭터입니다. 은시경은 이재하의 절친한 친구로, FM 엘리트 대위죠. 드라마 방영 당시 수많은 사람들을 '은시경 앓이' 하게 만들었습니다. 은시경은 드라마 속에서 재하의 동생이자 공주인 이재신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요, 이 서브 커플의 운명을 함께 지켜보시죠.
첫 만남부터 철없이 입을 놀렸다가 '전설의 마녀 교관' 김항아에게 화려하게 제압당했던 이재하. 이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사랑으로 나아가게 되는 걸까요? 또 그 과정에서 어떤 가슴 아픈 희생을 겪게 될까요?
남북한 간 긴장과 불신 관계를 딛고 해피 엔딩으로 끝을 맺는 <더킹 투하츠>.
하마터면 전쟁이 시작될 뻔한 5월 24일, 분쟁의 상징 판문점에서 이루어진 이재하와 김항아의 결혼식은 왠지 모를 뭉클함을 안겨줍니다. 모든 국경 분쟁이 사라지는 날을 바라며, <더킹 투하츠> 보러 가시죠!
웨이브에서 <굿바이 레닌>, <더킹 투하츠> 모두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Credit Info
wavve 웨이브 x 서울문화사 x 웨더뉴스
Editor 김소현
<더킹 투하츠> 바로보기